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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닥터

팀닥터는 축구경기를 보면 안 된다? 궁금해요! 월드컵 축구팀 팀닥터의 역할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1-05-21 11:46    조회 : 996
  • 2002년 한일 월드컵의 4강의 기억은 그 시대를 겪어온 사람들에게는 환상처럼 가슴속에 남아 있을텐데요. 다행히 히딩크 감독의 지휘하에 활동했던 선수들은 지금까지 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20세 월드컵에서 준우승으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던 기억들도 만만치 않게 사람들에게 기억될 거 같습니다.

    사실 준우승이라는 성적은 축구협회의 서포트, 감독님과 코치님의 지도력이 바탕이 되었겠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경기장을 뛰어온 선수들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몸을 날려서 상대방과 부닥칠 수 있는 선수들은 항상 부상에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 의료진 중에서도 팀닥터의 역할은 중요한데, 오늘은 월드컵 축구팀의 숨은 조력자, 팀닥터에 대한 궁금증을 자세히 알려드리려 합니다.
     
    팀닥터, 선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부분의 축구 선수들의 심장은 한마디로 강심장입니다. 정상인의 심장 박동수는 분당 60회에서 100회 사이입니다. 심장 박동수가 너무 빨라도 문제이지만 60회 이하라면 심장의 이상을 생각해야 합니다. 축구 선수 같이 운동을 많이 해서 심장의 기능이 너무 좋은 경우, 평소에 심장박동수가 60회 미만인 경우도 있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혈액과 산소가 몸에 공급되고 있답니다.

    이런 선수들의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요? 대부분의 선수들이 문제가 없지만 FIFA의 급작스런 사망 신고 자료(FIFA sudden death registry)에 의하면 0.3%의 어린 선수들이 심장이상으로 인한 급성 사망(Sudden Cardiac Death)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심장이상으로 인한 급성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비후성 심근병변 (Hypertrophy Cardiomyopathy) 입니다.
  • 이런 이유로 월드컵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들은 심장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보통 건강검진에 심장검사에 사용되는 심전도검사(ECG)뿐만 아니라 정말 심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시행되는 심장초음파 검사까지 해야 하고 그 심장초음파 검사의 결과를 상세하게 FIFA에 보고해야 합니다.

    물론 팀닥터가 심장내과 의사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직접 할 수는 없지만, 검사 결과지에 최종적으로 선수들이 경쟁적인 축구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Eligibility for competitive football)를 Yes 또는 No 로 표시하고 팀닥터의 이름 등의 정보를 적고 서명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사항은 결국 선수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FIFA의 정책이라 할 수 있지만 만약에 있을 수 있는 의학적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자 함으로 보입니다.
     
    선수가 설사만 해도 FIFA에 보고해야 한다?
  • 팀닥터는 큰 일이던 작은 일이던 경기가 있는 날이든 없는 날이든 매일같이 선수들의 이상을 온라인을 통해 FIFA에 보고합니다.

    팀닥터는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의사라면 다양한 전공을 불문합니다. 보통 근골격 손상을 보는 정형외과 전문의가 많은데, 팀 내의 유일한 의사기 때문에 일반의사(General Physician)로서 역할이 필요합니다.

    물론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흔하고 경기력에 중요한 척추를 포함한 근골격 손상을 진단하는 일이 가장 많습니다. 그러나 숙식을 같이하는 단체팀에서 지속적으로 내과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준비기간을 포함해 대회 기간 동안 열이 나거나 설사를 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큰 질환이 아니면 내과적 문제로 모두 병원에 데려 갈 수가 없기 때문에 팀닥터는 일반의사로서 진찰 및 진단을 해야 하고, 팀에서 가지고 있는 투약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감염이 세상의 화두가 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단체생활에서 감기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위생에 관해서도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하는 게 팀닥터입니다. 식사 장소에 모였을 때 손 소독제를 사용하게 하고, 차량 이동이나 호텔에서 에어컨 바람을 직접 맞게 하지 않게 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많은 일들은 대부분 선수들과 함께 한 경험이 많은 선수 트레이너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최종적인 책임은 팀 닥터에게 있으므로 관리 감독의 차원에서 확인이 꼭 필요합니다.
     
    경기장에 가장 먼저 가보는 사람은 팀닥터이다?
    팀닥터는 팀 매니저, 팀 미디어 담당관과 함께 실제 경기가 있기 전날이나, 이틀 전 경기장에 먼저 방문해서 경기장을 둘러 봅니다. 경기장에 가는 이유는 경기 전 두 팀의 스텝들이 만나서 경기에 대해 준비하는 모임인 MCM (Match Coordination Meeting)때문입니다. MCM은 실제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의 회의실에서 열리는데, 누구보다도 실제 경기장을 가장 먼저 볼 수 있습니다.

    선수들이 사용할 락커룸을 확인하고 선수들의 스트레칭, 마사지, 테이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인하고, 콜드 바스(cold bath)를 놓을 곳 등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필드에 들어가서 우리팀의 분석관이 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는 장소를 확인합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회의실로 이동해서 상대편의 스텝들과 FIFA의 스텝들이 함께 모여서 각자 소개를 하고 회의가 시작됩니다.
  • 팀 메이저는 전반적인 경기에 관한 것, 팀 미디어는 FIFA의 스폰서 계약에 관련된 제약 사항에 관한 확인을 합니다. 그리고 팀 닥터는 FIFA의 닥터와 함께 경기 중 시행하게 된 약물 검사 선수의 선발 절차와 경기 후 선수의 검사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경기일의 약물 검사에 관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응급 상황 시에 경기장의 후송 절차에 관한 설명을 듣고 혹시 있을 만한 상황에 대하여 대비하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선수들이 훈련을 하루에 한 시간 밖에 안 한다?
    미리 소집된 선수들의 훈련 기간 중에는 강한 강도의 장시간 훈련을 하게 됩니다. 강한 훈련을 받을 때는 훈련으로 인한 부상이 생길 수 있고, 여기 저기 아픈 선수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대회 기간 중에는 실제 게임에 지장이 될 수 있는 훈련, 즉 기초 체력을 올리는 훈련은 하지 않습니다.
  • 기간 중에는 매일 한 시간 정도 몸을 풀어주는 정도의 체력 운동과 전술 훈련을 합니다. 이 때 팀 닥터는 훈련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훈련 시간이 결정되고 훈련장까지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이 결정되면 팀 닥터와 트레이너는 출발시간 15분 전부터 버스 승차 장소 앞에 가장 먼저 와서 대기하면서 숙소에서 한 명 한 명 나오는 선수들의 상태를 관찰합니다. 전날 문제가 있었던 선수들이 상태가 어떤지 오늘 훈련 참여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 확인해야 합니다.

    선수들의 부상의 심각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상 후 신체검사가 중요하지만, 실제 부상 당한 현장을 관찰할 수 있다면 가장 정확하게 부상 상태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작은 부상으로 훈련 중 통증을 느끼는 선수가 있으면 바로 달려가서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간 훈련을 쉴 때 전날 트레이너에게 미리 상태를 보이며 문제가 있었던 선수들은 데려오면 선수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의무실은 선수들이 노는 곳이다?
    저녁 식사 후 많은 선수들이 의무실로 모입니다. 훈련으로 인하여 근육 통증이 있는 선수들은 얼음 통(Ice Tub)을 사용하고 트레이너들은 선수의 뭉친 근육을 마사지를 통해 풀어주죠. 그리고 필요한 물리치료를 물리치료사가 시행하게 됩니다. 통증이 있고 문제가 있었던 선수들을 진찰하여 필요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또한 의무실을 아픈 선수뿐 아니라 선수들이 모이고 대화하며 노는 곳으로 만들었는데, 의무실을사랑방으로 만들어 선수의 건강 상태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습니다. 팀에 가장 늦게 합류한 팀닥터가 어색했는지, 선수들은 팀닥터에게 진료를 보고 싶어도 직접 말을 못하고 트레이너를 통해서 말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팀닥터는 저녁마다 의무실에 들려 붙임성 좋은 선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선수들의 마음의 문을 열었고, 대화가 시작되며 의무실은 선수들의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환자가 있건 없건 간에 사랑방을 잘 지킴으로써 선수들과 가장 빨리 가까워질 수 있던 팀닥터는 선수들의 작은 문제도 바로 들을 수 있어 보다 쉽게 선수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팀닥터는 축구경기를 보면 안 된다?
  • 게임이 있는 날에는 경기장에 선수들과 같은 차로 이동해서 게임을 준비하게 됩니다. 경기장에 도착한 선수들은 경기장을 둘러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죠. 그리고 심판이 라커룸에 와서 선수들의 유니폼의 백넘버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후 약 30분간 워밍업을 하고 경기복을 입고 출격 준비 합니다. 이때 트레이너의 손이 바빠집니다. 필요한 선수들에게 마사지, 스트레칭을 해주고, 테이핑을 해 줍니다. 이미 선수 상태에 대한 파악이 끝난 상태라 이 때 마땅히 팀 닥터가 할 일은 없지만, 그저 마음으로나마 응원하며 과정을 지켜 봅니다.

    공식적 세레모니가 끝나고 경기에 돌입하게 되면 팀 닥터는 벤치에서 같이 코치진과 함께 경기를 지켜 봅니다. 이 때의 마음은 승리를 간절하게 바라는 선수들과 코치들과 팀 닥터라고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하여 응원 모드가 되어 눈은 공을 따라 다니게 되죠.

    그러나 팀 닥터의 시선이 따라 가야 할 곳은 공이 아니라 공을 떠나 보낸 후의 선수들을 보아야 합니다. 아무리 안 좋은 선수들도 공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이상을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공을 패스한 이후, 공은 놓친 이후의 걷는 모습을 잘 보아야 합니다. 문제가 없었던 선수라면 새로운 이상이 생겼는지, 평소 문제가 있었던 선수라면 증상이 악화 되었는지 파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이 없는 곳의 선수들의 움직임도 잘 보며 이상 여부를 잘 관찰해야 합니다.
     
    팀닥터는 심판 허락 없이 필드에 들어갈 수 있다?
    경기 도중 응급 상황이나 경기 이후의 선수의 부상으로 병원에 후송되어 진료가 필요한 경우 팀 닥터의 동행이 필요합니다. 경기장에서의 응급 상황으로는 두경부 손상이나 드물긴 하지만 심정지 등의 상황입니다. 근골격계의 골절 등의 심한 손상이 있을 경우에도 후송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팀닥터 및 트레이너라도 심판의 신호가 없으면 필드 안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선수가 의식이 없는 상황이라 판단되는 경우에는 심판의 지시와 상관 없이 팀닥터는 필드에 바로 뛰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부 손상 또는 심장 이상 등에 대한 응급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FIFA에서 발간한 응급 매뉴얼에 보면 “You cannot treat what you cannot see” 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므로 팀닥터는 스포츠 뇌진탕(sports concussion)에 대해서 현장에 있는 유일한 의사로서 판단하고 응급조치를 실행해야 합니다. 선수가 병원에 갔을 때 팀닥터는 모든 진료 및 진행과정에 통역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 “2019년 U-20 월드컵 이후 폴란드에서 귀국한 뒤 우리나라 국민이 축구에 관심이 정말 많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승리했을 때 조명을 받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와 달리 팀닥터 등은 주목받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축구라는 스포츠의 주연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겠지만, 조연의 도움 없이는 주연이 주연다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숨은 조력자인 팀닥터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램과 대한민국의 축구가 앞으로 더욱 발전해 국민들에게 힘이 되는 스포츠가 되었으면 합니다.”

삼성서울병원 왕준호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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