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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만의 어깨 부상? 스포츠 즐기는 2030 젊은 층도 어깨 슬랩 병변 경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1-05-21 11:47    조회 : 2444
  • 지난 2015년, 메이저리그의 류현진 선수는 어깨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때 류현진 선수의 병명은 슬랩(SLAP) 병변이란 것으로, 주로 어깨 사용이 빈번한 운동 선수나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어깨 질환입니다. 이미 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유명했지만, 류현진 선수의 수술 이후, 일반인들을 포함하여 더 많은 분들이 이 슬랩 병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슬랩 병변이 무엇인지,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슬랩(SLAP) 병변이란 무엇일까?

    우선 슬랩(SLAP) 병변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슬랩(SLAP)은 Superior (상부), Labrum (관절와순), Anterior (전방에서), to Posterior (후방까지)의 약자로, 한글로 번역해보면 상부의 관절와순이 앞뒤 방향으로 찢어진 병변이 발생하였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의문이 생깁니다. 도대체 관절와순은 무엇일까요?

    먼저 어깨 관절을 살펴보겠습니다.

    어깨 관절은 볼과 소켓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볼 모양의 둥근 상완골두와 소켓 형태인 오목한 관절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볼 형태인 상완골두에 비해서 소켓에 해당하는 관절와의 크기가 상당히 작은 편이라 우리의 어깨는 항상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다른 관절보다도 유독 어깨가 빠져서 고생했다는 분들을 많이 보셨던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여기서 불안정한 어깨가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구조물이 바로 관절와순입니다. 관절와순은 관절와 가장자리를 360° 둘러싸고 있는 일종의 연골 조직으로 상완골두와 관절와의 접촉면적을 늘려서 어깨 관절의 안정성을 높여줍니다(그림 1).
  • 그림 1. 어깨 관절은 볼, 소켓 구조로 상완골두에 비해 관절와가 매우 작아서 다른 관절에 비해 불안정하다. 관절와순은 관절와를 360° 둘러싸 상완골두와의 접촉 면적을 늘림으로써 어깨 관절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그림 출처: Saha A., Theory of shoulder mechanism, Springer, 1961

  • 하지만, 이 관절와순은 뼈에 비교적 느슨하게 부착되어 있어 어깨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외상을 입을 시에 손상되기 쉽습니다. 연골이 찢어지는 부위에 따라 진단이 달라지는데, 이두박근이 부착하는 10시에서 2시 방향의 위쪽 관절와순이, 이두박근의 장두건과 함께 앞쪽부터 뒤쪽까지 뼈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 바로 오늘 저희가 알아볼 상부 관절와순 전후방 병변, 즉 슬랩(SLAP) 병변입니다(그림 2).
  • 그림 2. 상부 관절와순이 이두박근 장두건과 함께 뼈에서 떨어져 나간 슬랩(SLAP) 병변을 확인할 수 있다.
  • ◇ 슬랩(SLAP) 병변의 원인 및 증상은?

    슬랩 병변은 과거에는 주로 야구 선수와 같은 운동 선수들이나 운동을 많이 하는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하였으나, 최근에는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일반인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슬랩 병변은 관절와순 상부가 당겨지거나 압박되는 자세에서 주로 발생하게 되는데, 투수가 공을 힘껏 던지는 자세처럼 팔을 어깨 높이 이상에서 사용할 때 많이 발생하게 되고, 공을 던지기 직전의 자세(그림 3A, late cocking phase) 혹은 공을 던진 후의 자세(그림 3B, follow throw phase)에서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팔을 뻗은 상태에서 손을 집고 넘어지는 등 외상(그림 3C)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그림 3. (A) 공을 던지기 직전 (B) 공을 던진 후 (C) 팔을 펴고 땅을 짚으면서 넘어지는 자세에서 상부 관절와순 파열이 잘 발생한다.

  • 슬랩 병변의 증상으로는, 야구 선수의 투구 동작과 같이 팔을 머리 위로 들 때 '툭' 하는 소리가 나면서 어깨가 결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납니다. 팔이 없는 듯한 증상(dead arm sign)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머리를 빗거나, 옷을 머리 위로 입고 벗을 때 어깨 통증이 발생하게 되고, 어깨가 무겁고 불안정하며 심한 경우엔 어깨가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투구 동작과 같은 반복적 어깨 사용으로 인하여 후방 관절낭의 미세 손상이 발생하게 되면 이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섬유 증식 반응이 일어나 후방 관절낭이 두꺼워지고 쪼그라들게 됩니다. 이러한 후방 관절낭의 구축은 어깨의 내회전 범위를 줄어들게 하여, 투구 동작 시 상완골두가 이두박근과 상부 관절와순과의 충돌을 더욱 유발하여, 슬랩 병변을 일으키면서 운동 능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습니다(그림 4).
  • 그림 4. 투구 동작 시 상완골두와 관절내 구조물들의 충돌이 유발되어 힘줄과 관절와순의 파열이 발생한다. 그림출처: Makhni EC, ElAttrache NS, Ahmad CS. Rotator cuff tears in baseball players. In: Ahmad CS, Romeo AA, eds. Baseball Sports Medicine. Philadelphia, PA: Wolters Kluwer; 2019:181-186.
  • ◇ 슬랩 병변의 진단과 치료

    어깨에는 많은 종류의 질환이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증상과 병력이 있다면 가까운 정형외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슬랩 병변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 청취와 이학적 검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슬랩 병변이 의심될 경우, 관절조영 CT나 MRI 같은 영상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하죠. 하지만, 영상 검사를 통해서 SLAP 병변이 관찰되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한 통증 여부를 꼭 감별해야 합니다.

    즉, 관절 범위의 제한이 있어서 그로 인한 오십견과 연관된 통증이 아닌지 꼭 감별해야 하며, 회전근 개와 삼각근 등과의 근력 불균형이나 견갑골 주변 근육의 부조화로 인한 회전근 개 충돌 증후군의 증상이 아닌지 구별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증상들을 모두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슬랩 병변이 의심되는 증상이 잔존한다면 그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슬랩 병변으로 진단되면 파열된 관절와순을 봉합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수술 이후에 오히려 관절 운동의 제한 및 이차적인 ‘오십견’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최근에는 운동 선수라고 할 경우에도 수술은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두고, 대부분의 경우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며 증상의 추이를 지켜보게 됩니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충분한 휴식, 소염 진통제(NSAIDs), 스트레칭 등으로 시작하게 되며, 특히 후방 관절낭이 구축된 환자는 이 부분이 늘어나도록 슬리퍼 스트레칭(sleeper stretching)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아픈 어깨 쪽으로 누워 어깨와 팔꿈치를 90° 구부린 상태로 반대편 손을 이용하여 바닥 쪽으로 내회전 스트레칭을 시키는 운동으로, 내회전 가동범위 회복에 도움이 되며, 이로 인한 통증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그림 5).
  • 그림 5. 슬리퍼 스트레칭 (sleeper stretching): 내회전 가동범위 회복과 통증 경감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 운동이다.

  • 드물지만,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손상이 심할 시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됩니다. 대부분 절개 부위가 작고 회복이 빠른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을 하게 되며, 수술 방법은 관절와순의 파열 정도에 따라 찢어진 관절와순을 다듬어주는 방법부터 원래의 모양대로 봉합하는 수술까지 다양하게 시행할 수 있습니다.  
     
    수술 후 4주 간은 팔걸이(sling)을 착용하도록 하고, 가장 흔한 합병증인 관절 강직을 피하기 위해 잠깐씩 팔걸이를 풀고 수동적인 관절 범위 회복 운동을 해주도록 합니다. 외회전은 첫 한 달 간은 금지해야 하지만, 후방 관절낭의 신전을 위해서 내회전은 권장하게 됩니다. 또한, 팔꿈치의 굴곡이나 회외전을 힘주어 할 시에 이두건 부착부에 부하를 줄 수 있으므로 처음 8주간은 이두박근에 힘을 주는 운동이나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 후 10주 째는 외전과 내회전을 허용하며, 이후 단계적 적응 과정을 거쳐 6개월 이후에는 정상적인 어깨 사용이 가능해지고 일상적인 스포츠 활동을 허용하게 됩니다.
  • 지금까지 슬랩 병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여러분 이제 슬랩 병변이 어떤 질환인지 조금 감이 오시나요? 어깨 질환들은 대부분 초기에 발견할 시엔 간단히 치료가 가능하지만 많은 분들이 묵묵히 참다가 병을 키워서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을 주저하지 마시고, 무엇보다도 평소의 생활 자세와 습관을 바르게 하여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오주한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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